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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보문사 탐방 2탄, 돌계단 끝에서 떠올린 소중한 사람들

by 밤톨동굴이 2026. 10. 23.

석모도 보문사 탐방 2탄, 돌계단 끝에서 떠올린 소중한 사람들

“지난번에는 바다를 봤으니, 이번에는 조금 더 천천히 둘러볼까?”

석모도와 보문사를 소개한 첫 번째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사찰 곳곳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 걸어보려 합니다. 눈썹바위 아래의 마애불부터 지나치기 쉬운 오래된 맷돌까지, 알고 보면 발걸음이 머무는 곳이 더 많아집니다.

물 한 병 챙기고 편한 신발을 신었다면 준비는 됐습니다. 오늘도 서두르지 말고 함께 걸어볼까요?

“힘들면 쉬었다 가요.” 그 말이 정겨운 길

보문사를 둘러보다 눈썹바위 쪽으로 향하면 계단을 오르게 됩니다. 올라갈 길부터 바라보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발밑을 살피며 자신의 속도로 걸어보세요.

함께 온 사람이 뒤처지면 잠깐 기다려주고, 숨이 차면 물 한 모금 마시며 쉬어가는 겁니다.

“먼저 가. 나는 천천히 갈게.”
“뭘 먼저 가. 같이 가면 되지.”

여행길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빨리 올라가서 무엇을 보느냐만큼, 누구와 어떻게 걷느냐도 소중하니까요.

평소에는 서로 바빠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조금 힘든 길을 함께 걸으면 오히려 상대방을 더 자주 살피게 됩니다. 걸음은 괜찮은지, 덥지는 않은지, 물은 마셨는지 하고요.

보문사를 찾는 날에는 풍경을 담을 사진 몇 장과 함께, 그런 다정한 말도 남겨보면 좋겠습니다.

눈썹바위 아래, 오래된 마음을 만나다

보문사 뒤편 낙가산 중턱에는 눈썹바위와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있습니다. 바위 윗부분이 눈썹처럼 돌출되어 불상 위를 덮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이 마애불은 1928년에 조성되었습니다.

큰 바위에 새겨진 불상을 바라보며,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려봅니다.

누군가는 아픈 가족을 걱정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식의 앞날을 빌었겠지요.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속사정을 마음속으로 털어놓은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그런 날을 만납니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쪽에는 걱정을 품고 지내는 날 말입니다.

이곳에서는 애써 멋진 말을 찾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많이 애썼다.’
‘오늘은 잠깐 쉬어가자.’
‘돌아가면 그 사람에게 안부 전화 한번 해야겠다.’

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나 자신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세요.

석실에 전해지는 어부의 이야기

보문사 석실에는 바다와 이어진 전설이 전해집니다. 강화군의 소개에 따르면, 고씨 성을 가진 어부가 그물로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건져 올려 이곳에 모셨다고 합니다.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기보다는 사찰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만나면 좋겠습니다.

바다에 그물을 던지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어부와 섬의 사찰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이 정겹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그물을 끌어 올리던 어부는 얼마나 놀랐을까?” 하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어른끼리라면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듣던 옛이야기를 떠올려도 좋겠습니다.

여행지의 이야기는 모두 외워야 할 공부가 아닙니다. 한 대목이 마음에 남아 돌아가는 길의 이야깃거리가 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래된 맷돌 앞에서 떠오르는 따뜻한 밥 한 그릇

이번 탐방에서 눈여겨보고 싶은 것은 보문사의 맷돌입니다.

보문사 석실 앞에서 삼성각으로 오르는 계단 옆 화단에 있으며, 위아래 돌이 모두 남아 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곡물을 갈던 생활 도구가 사찰의 오랜 시간을 함께 지켜온 셈입니다.

웅장한 불상이나 아름다운 전각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물건입니다. 맷돌을 바라보면 이곳에서도 누군가는 끼니를 준비하고, 곡식을 갈고, 여러 사람의 밥을 챙겼겠구나 싶어집니다.

기도하는 시간 곁에는 밥 짓는 시간이 있었겠지요. 마음을 돌보는 일과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나란히 이어졌을 것입니다.

문득 우리 집 식탁도 떠오릅니다. 바쁜 아침에 차려주던 밥, 늦게 돌아온 가족을 위해 남겨둔 반찬, 식을까 봐 덮어두었던 국 한 그릇.

평소에는 익숙해서 지나쳤던 정성이 오래된 맷돌 앞에서는 새롭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올라갈 때는 발밑을 살피느라 말수가 줄었다면, 내려와 쉬는 시간에는 동행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
“지난번에 걱정하던 일은 좀 괜찮아졌어?”

꼭 해결책을 찾아주지 않아도 됩니다. 중간에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날도 있으니까요.

여행을 마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의외로 작은 순간입니다. 계단에서 내밀어준 손, 가방에서 꺼내 건네준 물, 식탁에서 내 쪽으로 밀어준 반찬 같은 것들이지요.

보문사의 풍경과 함께 그런 순간도 마음에 담아오면 좋겠습니다.

석모도에서 챙겨오는 작은 선물

이번 탐방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닙니다.

가족에게 안부를 한 번 더 묻는 마음, 곁에 있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기다리는 여유, 나에게도 쉬어갈 시간을 허락하는 다정함이면 충분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으며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조금 걸었더니 다리는 뻐근한데, 마음은 한결 편하네.”

석모도 보문사 탐방 2탄은 그렇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오래된 돌과 바위 사이에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한 번 더 돌아보는 하루로요.

다음 쉬는 날에는 좋은 사람과 함께 천천히 걸어보세요. 힘들면 쉬어가고, 배고프면 밥 먹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나누면서요.

※ 눈썹바위 마애불로 향하는 길에는 계단이 있으니 동행인의 체력에 맞춰 일정을 잡아주세요. 법당에서는 참배하는 분들을 배려하고, 촬영 가능 여부는 현장 안내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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